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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라랜드 리뷰 (2016 재즈와 꿈)

by 모든봇 2026. 6. 12.

저는 어렸을 때 꿈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꿈을 꿀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았던 아이였습니다. 사소한 것에도 화가 치밀었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때 이모가 그림을 한번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연필을 잡고 있는 동안에는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라라랜드(La La Land, 2016)를 보면서 저는 그 시절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꿈이 생기는 순간은 이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한마디, 아무 기대 없이 시작한 무언가. 미아와 세바스찬도 그렇게 서로의 꿈에 불을 켜줬습니다.

라라랜드


꿈과 현실 사이의 선택

라라랜드는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사랑과 꿈을 담은 뮤지컬 영화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또 그 꿈 앞에서 갈라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화려한 노래와 춤 뒤에 꽤 쓴맛이 남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미아는 수백 번의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습니다. 세바스찬은 순수한 재즈를 지키고 싶지만 생계를 위해 타협하고, 결국 그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두 사람의 갈등은 "꿈과 현실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놓습니다.

저도 그 질문 앞에 서본 적이 있습니다. 그림으로 분노를 다스리기 시작하면서 웹툰 작가, 혹은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미술학원을 다니고, 입시를 준비하고, 미술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그 꿈을 향해 달리고 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그렇지 못합니다. 그게 미아가 오디션에 또 떨어지고 짐을 싸던 장면과 겹쳐 보였습니다. 꿈을 가졌던 사람이 그 꿈과 거리가 생겼을 때의 감각, 그 장면이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그림을 전공한 입장에서 이 영화의 색채 연출은 정말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인물의 위치, 조명, 색감, 배경의 질감을 아우르는 영화 연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카메라가 무엇을 어떻게 담느냐의 문제입니다. 라라랜드는 장면마다 계절에 따라 색 팔레트가 달라집니다. 봄의 노랑, 여름의 파랑, 가을의 주황, 겨울의 흰색. 두 사람의 감정이 변해가는 속도와 색의 온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색이 감정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전달하는지를 몸으로 배워온 저에게, 이 영화의 색채 설계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서사 그 자체였습니다(출처: IMDb – La La Land).


재즈가 만들어낸 감정의 색채

세바스찬이 재즈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재즈는 충돌이야. 서로 싸우면서 동시에 화음을 이루는 것." 이 대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처럼 들렸습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관계도 그랬습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충돌하고, 그 충돌 안에서도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음악을 항상 틀어놓습니다. 음악의 템포와 분위기가 선의 굵기와 색의 농도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라랜드의 OST는 단순히 배경음악이 아니었습니다. Justin Hurwitz가 작곡한 메인 테마는 피아노 선율이 중심이 되어 장면의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절제시킵니다. 특히 영화 초반 플라네타리움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은 두 사람이 현실을 잠시 벗어나는 그 감각을 청각적으로 구현해 냅니다. 음악이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는 드문데, 이 영화는 그걸 해냅니다.

공감각적 연출(Synesthesia Direc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도록 설계된 연출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음악을 들을 때 색이 보이거나, 장면을 볼 때 냄새가 느껴지는 것처럼, 감각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라라랜드는 음악·색채·안무가 하나의 감정을 동시에 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같은 장면을 봐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으로 기억하게 됩니다(출처: 위키피디아 – La La Land).

라라랜드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연출 포인트

  •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 팔레트로 감정의 온도를 시각화한다
  • 대사 없이 춤과 음악으로만 두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들
  • 플라네타리움 장면의 무중력 안무가 주는 현실 이탈의 감각
  •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즉흥과 충돌을 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와 완벽히 맞닿는다
  • 엔딩의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시퀀스가 주는 긴 여운

엔딩이 슬프지 않은 이유

라라랜드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이루지만 함께가 아닙니다. 처음 보면 슬프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이 결말이 오히려 정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을 이루는 것과 사랑을 지키는 것이 항상 같은 방향일 수는 없다는 현실, 그걸 영화가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신이 사람에게 각자의 달란트를 준다고 믿습니다. 달란트란 성경에서 유래한 말로,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맡기신 재능과 능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당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능력"입니다. 저에게는 그림이 그 달란트였습니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던 아이에게 주어진 뜻밖의 선물. "사람이 자기의 길을 걸을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라는 말씀처럼, 그 재능이 저를 지금 이 자리까지 이끌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 꿈과 거리가 생겼지만, 다시 걸어갈 생각이 있습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그림을 재능기부처럼 나눠주면서, 제게 베풀어주셨던 감사를 조금씩 갚아가려고 합니다.

라라랜드가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남기는 메시지

  • 꿈을 향한 열정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목적이 분명한 사람만이 그 열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 누군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실패가 아니다. 꿈을 향해 걸어간 과정이 이미 그 사람을 만들어놓는다.
  •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다시 기회가 온다. 미아에게 그랬듯이.

총평 -  꿈을 잠시 내려놓은 당신에게

라라랜드는 꿈을 이룬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꿈을 잠시 내려놓은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닿습니다. 지금 당장 달리지 못하고 있어도, 달리고 싶었던 마음이 남아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마음이 있는 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은 정말 멋있습니다. 그 열정이 어디서 왔든,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은 이미 길 위에 있는 것입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이미 보셨다면, 지금 다시 보셔도 다른 장면에서 오래 멈추게 되실 겁니다.


참고: IMDb – La La Land / 위키피디아 – La La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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