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광주 사람입니다. 지금은 회색, 검은색 택시가 도로를 달리지만,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노란 택시였습니다.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그 노란 택시가 지금도 길을 걸을 때면 눈앞에 그려집니다. 아버지 세대의 얼굴이 겹치고, 군대를 갔다 왔을 때 마주쳤던 광주 사람과 군인 사이의 서먹하고 날카로운 시선도 떠오릅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돌아가신 분들을 하나둘 떠올리게 되는 일이 많아졌는데, 그 중심에 이 영화가 있습니다. 광주 사람으로서 눈물이 나고, 안타깝고, 속상한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작품입니다. 독재 정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일제강점기의 기억과 겹치면서 다시 한번 새기게 되는 영화. 바쁘게 살다 보면 잊기 쉬운 그날의 이야기를 택시운전사는 ..
길을 걷다 보면 가끔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집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넓은 마당에 통유리창이 반짝이는 집을 지나치면서 "저기서 한 번쯤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겉으로 빛나는 집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바깥에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내가 있는 자리를 인정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기생충은 그 이야기를 아주 날카롭게 꺼냅니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기생충은 그 현실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강렬한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원하는 분..
저는 교통사고를 당한 직후, 병원 침대에서 만두를 먹으며 영화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올드보이였습니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다가 화면 속 오대수가 좁은 방에서 혼자 만두를 먹는 장면을 보는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이 사람도 만두를 먹고 있는데, 나랑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묘하게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먹던 만두가 갑자기 달라 보이는 경험, 영화 한 편이 일상의 감각을 바꿔놓는 순간이었습니다. 올드보이는 그런 영화입니다. 단순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것, 살고 있는 것, 기억하고 있는 것까지 다시 보게 만드는 강렬한 작품입니다. 강한 자극과 몰입을 원하는 분들에게, 한국 영화 중 가장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찾는 분들에게 이 글을 씁니다..
어릴 때 처음 사랑을 해봤던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그때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설레고 아프고, 그 감정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처럼 느껴졌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가면서 사람의 감정이란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게 되는데요 그 시절, 처음으로 타이타닉(Titanic, 1997)을 봤습니다.영화 타이타닉 줄거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출 포인트 1912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여객선 RMS 타이타닉호가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합니다. '절대 침몰하지 않는 배'라는 별명까지 붙을 만큼 당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였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인 첫 항해였습니다. 그 배 안에는 사회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상류층 약혼녀 로즈(케이..